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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타임

In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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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109분

액션 · 스릴러 · SF

시간이 화폐가 된 근 미래.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의 유예 시간을 제공받는다. 퀵 서비스 운송을 하며 근근이 삶을 연명하던 쥰은, 어느 부호의 의뢰를 받는다. 평소와 다름없이 운반하던 커다란 짐 속에는 일천 년의 시간을 가진 여자가 들어 있었고, 쥰은 순식간에 납치범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쥰이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비용을 지불한 의뢰인은 실종 상태. 후퇴를 택한 쥰은 자신이 데려온 세리나와 상황을 수습할 방법을 찾는다.

발걸음조차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은 타임 키퍼에게 쫓기면서도 서로에게 점점 이끌리게 되고, 누명을 벗으려던 쥰은 전 세계를 통제하는 시스템의 비밀과 세리나에게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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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서 시간은 돈이다. 비유적 표현이 아닌 그 자체의 의미다. 시간이 화폐의 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한 사회에서 카도카와 쥰은 그런 세상에서 자기 시간을 쓰고 시간을 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투자자나 은행 따위의 역할을 한단 뜻이 아니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카펫이 깔린 바닥엔 퀵서비스 로고와 운송장이 엉망으로 뜯어져 있었다. 옆에는 사람 하나도 들어가 누울 수 있는 크기의 가방. 그 앞엔….

 

“알고 있지? 믿기 어려운 이야기란 걸….”

“…….”

 

 여자의 목소리는 냉담한 것 같기도 했고, 낯선 환경에 떨리는 것 같기도 했다. 쥰은 타인의 감정을 예민하게 알아챌 정도로 섬세한 인간은 되지 못했다. 그의 눈으로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건 고작 숫자 하나였다. 깨어난 여자의 손목엔 인생을 뒤바꾸다 못해 그가 사는 연립 주택의 모든 거주민, 아니, 이 구역의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내일을 위해 발버둥 치는 걸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적혀 있었다. 쥰은 그 숫자를 보며 생각했다. 믿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타임 키퍼들에게 미카사노미야 세리나라고 불렸던 여자는 쥰의 시선을 눈치채고 덮고 있던 담요를 감싸 손목을 숨겼다. 싸구려 섬유로 만든 담요는 세리나에게 불쾌할 만큼 꺼끌꺼끌했다.

 

 “우리 가족 앞에서 날 위협한 건….”

 “그러지 않았으면 난 지금쯤 벌집이 되어 있겠죠. 아까 봤잖아요.”

 

 세리나는 짧게 침음했다. 부정할 수는 없는 말이었다. 

 

 ”어쩔 셈이야.“

 ”수습할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쥰은 수송 의뢰를 받았고, 호출 지역으로 갔다. 물건은 자정에 넘겨 줄 테니 어색해 보이지 않게 이쪽 사람들 대하는 법을 익혀두란 의뢰인의 말에 여유 있는 놈들은 별짓을 다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자리에 머물렀다. 눈앞의 여자와는 그곳에서 마주쳤고 시간을 보냈으나 그뿐이었다. 그와는 다른 곳에 사는 사람. 평생 다를 사람. 그는 의뢰가 끝나면 돌아갈 테니까. 인사는 하지 않았다. 하루가 넘어가는 소음을 들으며 약속한 장소로 가자 운송해야 할 짐과 수당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챙겼고 일을 하려 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그 순간부터 발생했다. 사람도 들어가겠다 싶었던 큰 짐에는 정말 사람이 들어 있었다. 그것도 손목에 일천 년의 시간을 들고서. 

 

 “돌아버리겠네.”

 

 지금 그는 납치범 취급을 받고 있었고 수송비라고 넘겨받은 충전기에는 마찬가지로 말도 안 되는 시간이 적혀 있었다. 해명을 하기 위해 이름을 댄 의뢰인은 실종 상태로 타임 키퍼는 그가 가지고 있던 수송비의 데이터를 확인한 후 망설임 없이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도 쥰의 이름을 올렸다. 일련의 사건을 복기한 쥰은 짓씹듯 비속어를 내뱉었다. 세리나는 어두컴컴한 무인 모텔의 소파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형광등은 교체를 하지 않은 건지 한쪽이 자꾸 깜빡였는데 쥰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 

 

 ”…돌아가면 당신 편을 들어줄게.“ 

 ”그거참, 음…. 위안이 되네요.“

 ”믿어도 돼…. 일단은, 네가 나한테 나쁘게 대하려는 거 같진 않으니까 하는 말이야.” 

 

 쥰은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당신 아버지, 당신이 기다려 보라고 말하는데도 발포 명령을 내리던데요.”

 

 한결같이 섬세하지 못한 남자가 말했다. 세리나는 형형한 눈으로 쥰을 바라보다 말없이 바닥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펫에도 군데군데 얼룩이 남아 있었다. 그들이 무언가를 흘린 기억은 없으니 아마 이전 이용자가 나간 후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은 거일 터였다.

 

 “…음, 식사할래요? 파티 음식보단 못할 테지만.”

 “입맛 없어….”

 ”그러지 말고.“

 ”정말 입맛이 없어서 그래…. 넌 먹어도 돼.“

 

 도시락 한 팩을 따로 올려두는 것으로 권유를 마무리한 쥰은 마감 세일로 25분을 지불하고 결제한 정가 30분짜리 오렌지 치킨을 입에 밀어 넣었다. 푸석푸석한 쌀밥에 묻은 칠리소스의 맛이 별 의미나 감흥 없이 위장에 쌓여 갔다. 같이 산 다른 하나의 도시락은 플라스틱 덮개를 열지 않은 채 느리게 식어갔다. 음식 냄새가 퍼져도 세리나는 크게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 뒤로 밀려난 식욕의 자리를 채운 건 영문 모를 감정이었다. 세리나는 쥰의 총을 보고 있었다. 총열을 쓸어 보다가 방아쇠 부분에 손을 댔을 때, 쥰이 근처로 왔다. 관심 있냐는 물음에 세리나는 습관처럼 부정했으나 손에 쥔 것을 내려두지도 않았다.

 

 “사람이 죽는 건 처음 봤어.” 

 “당신 몇 살이에요?”

 “몇 살 같아 보여?”

 “요령이 있는 게임이라면 모를까. 룰렛은 잘 못 해서.”

 “스물여섯.”

 

 짧은 문답으로 쥰은 눈앞의 사람이 살아왔을 세상을 상상했다. 그리고 부작용처럼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상기했다. 끝을 모르고 뻗어 있는 벽과 게이트를 경계로 어떤 사람들은 뛰는 법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다. 반면 그는 속도를 높이지 않고 도로를 달리는 법을 몰랐다. 

 

 “이 동네에선 사람이 죽는 건 고사하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이후엔…….” 

 

 쥰이 자기 왼쪽 손목을 오른손으로 가벼이 두드렸다. 세리나 역시 손목의 숫자를 확인하려는 듯이 그의 앞에 섰다. 확인하려는 듯이 손이 가까워지면 역으로 손가락을 감싸듯 잡았다. 손과 손이 겹쳤다. 중심부에서부터 시간 통제 시스템이 닿는 가장 변두리. 끝과 끝에서 태어난 사람이니, 스쳐 가더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겼다. 

 

 “목숨을 보장받지 못하는 게 당연해요.” 

 

 그럼에도 이어간 설명은 충동에 가까웠다. 그가 손목을 틀면 그의 숫자는 가려지고 세리나의 숫자가 드러났다. 쥰은 세리나가 혼자 힘으로 달려 도망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그가 손을 붙잡고 뛰면 세리나가 얼마나 버티고 따라올 수 있을지 짐작해 봤다. 

 

 “누구라도 당신 손목에 적힌 숫자를 보면 당신을 노리겠죠.”

 

 세리나는 한참 말이 없었다.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손에서 각자의 얼굴로 옮겨 갔다. 누군가는 습관처럼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려 했고, 누군가는 난데없이 마주한 이의 눈 색이 시선을 끈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넌 몇 살이야?” 

 “스물여섯.”

 “우린 나이는 같은데… 살아온 삶은 너무 다르네.”

 

 세리나의 입에서 쥰이 줄곧 생각해 온 것과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순찰차의 탁한 주황 조명이 잠시 창문을 통해 내부를 밝히고 사라졌다. 무슨 변덕인지 쥰은 잡고 있는 손을 보며 반대편 손으로 여자가 만지던 것을 가져왔다. 그의 평이한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이어질 여자의 인생에 이걸 사용할 일은 없을 확률이 높았다. 바닥재 하나도 윤이 나고 별거 아닌 건물의 복도에 서 있어도 좋은 향이 나던 뉴 그리니치. 관리자들은 그곳에서 태어난 이에게 총을 겨누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들도 자신의 안위를 지켜줄 이들에게 기꺼이 살아남을 시간을 베풀었다. 

 

 “알려줄게요. 이거 쓰는 법.” 

 

 그러니 그 제안은 누구의 이득도 편의도 되지 않을 곳에 공을 들이는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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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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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정보

​출연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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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사노미야 세리나

三笠宮 芹夏 Mikasanomiya Serina

랄라, 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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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도카와 쥰

角川 惇 Kadokawa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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