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이런 상황이 됐더라?
바라는 것은 간단했다. 한 명이 살 던 집을 둘이 채우니 비좁아졌다. 그들은 서로가 나누는 것이 많았고 함께 있는 일과 함께 사는 일의 차이를 알게 됐다. 다른 곳으로 자신과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토키사와가 먼저 권하며 물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아사리 사요는 어렵지 않게 그러마하는 답을 말했다.
평소대로 사요의 차를 타고 20분, 중계인을 만나 또 30분. 이전의 생활에서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곳에 도착한다. 2층의 집을 둘러보자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현관을 지나 침실과 용도를 달리하는 방 두 개, 욕실과 부엌. 그러다 잠시 위화감을 느낀다. 그건 섯불리 만들어진 ‘아이의 방’이다. 기묘했으나 계속 나아가면 요청하던 대로 식물을 키우기에 좋아보이는 창과 베란다가 보인다. 최소한을 잊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손님을 안내하던 이는 여기서는 무엇이든 잘 자란다며 아이를 기른다면 최적의 장소가 되리라 장담한다. 그렇군요. 아무래도 좋고 쓸데없는 사족이라 여겨 가벼이 흘려듣는다. 중계인이 앞서갈 때 이사오가 소리를 낮추고 말한다.
“필요없는 가구가 좀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 건 입주 하면서 바꿔도 되니까.”
“여기서 살 거예요?”
“네가 좋다고 하면.”
문득 앞서가던 발소리가 아주 멀어졌다 싶더니 차가 떠나는 소리가 들린다. 따라나가보지만 소용이 없다. 작은 불평이 남지만 그뿐이다. 남아있을 이유도 없기에 다시 차를 타고 20분, 30분을 달려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이유도 모르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슬슬 낯이 익어가는 2층의 집. 도전하듯 해가 저물도록 엑셀을 밟고 땅을 달려도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한참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둘은 억지로 침대에 누워 헤프닝같은 오늘을 돌이켜본다.
“전 아직 좋다고 안 했는데도.”
“어쩔 수 없지.”
“자고 일어나면 집에 가요.”
그는 인정하지 않듯 말하고 눈을 감았다. 아사리 사요는 가벼운 체념을 표정에 담았다 지워보인다. 그가 보고 있지 않음에 지을 수 있는 얼굴이 함께 잠들어버렸다.
***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됐더라?
밤이 지날수록 상황은 확실하고 빠르게 바닥을 향했다. 밖과 연결되지 않는 신호, 빠져 나갈 수 없는 길. 얄팍하게 간추리면 납치였고 그 얄팍함을 알아줄 이는 서로밖에 없는 것까지 문제였다. 그러다 이 추락에 바닥이 없음을 알려주는 사건이 생겼다. 늘 오던 음식과 함께 아이가 배달된 것이다.
아이는 빠르게 자랐다. 안아주느라 무거웠던 몸은 금방 스스로 두 발로 디딜 수 있게 됐다. 이제 작게 다가오는 그림자가 익숙해졌고, 얼굴을 살피면 다르게 생겼는데도 자꾸 잘 아는 표정이 보인다. 예를 들면 아사리 사요가 말 싸움에 진 얼굴 같은 것이다. 아이가 가질 만한 것이 아님에도 하나 둘 습득 해나갔다. 그런 얼굴로 입을 열면 엄마, 아빠. 그 말은 어디서 배웠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쉽게 나온다.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재잘거리는 소리가 둘의 생활을 감싸게 됐다.
100일이 되기 전 어느날. 아사리는 승복하듯 아이에게 유우(結)하고 이름을 붙이고야 만다. 이 작은 사육공간에 유일한 열매가 될 것을 부르는 것으로 인정해 버렸다. 토키사와는 그 명명을 듣고 ‘그것’을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겨우 한 번 쳐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만두자는 말도 잊어버린 듯 밖으로 나간다. 멀리 갈 수 없고 빠져나갈 수도 없으니, 돌고 돌아온 그는 지쳐보였다. 유우는 그 표정을 따라 살피고 둘 중 하나가 지었을 억지 웃음을 크게 따라했다. 어느 곳에서 시작했는지 빤한 미소가 타인의 험악한 표정보다 두려웠다.
또 며칠이 지나 토키사와는 아이를 놀이를 핑계로 떨어뜨려 놓는 법을 찾아냈다. 나름대로 유의미한 일이었으나 이어진 일은 그닥 생산성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사리 사요를 몰아세우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지긋 지긋해요.”
“우리는 부모가 아니라고요. 알잖아요.”
“정말로 여기서 지낼 건가요?”
손을 잡고 체온을 나누는 부드러운 행동과는 다르게 다그치는 말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는 담담한 얼굴로 벽에 기대서 ‘아이를 두고 갈 수는...’ 돌려줄 말 없는 대답을 했을 뿐이다. 그렇게 벽에 부딪히는 것처럼 무의미한 날은 파도처럼 멈추지 않았고, 토키사와는 평소와 다른 말을 골라 입에 담았다.
“하나 선택해요.”
“뭘?”
“이 안은 확실히 풍족해요. 저건 우리를 양분삼아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고요.”
“우리도 전부 먹히지 않는다면… 어쩌면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겠죠.”
“하지만 난 못 해요.”
“... …”
“그게 아사리 사요, 당신 답이라면…”
***
이제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아사리 사요는 문을 열어둔다. 어느 누구도 달리지 않아 안전한 도로 턱에 걸터 앉아 아이를 부른다.
“유우, 여기서 같이 아빠 기다릴까?”
이 정갈하고 완벽한 테라리움 사이에서 그가 헤매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헤멤 끝에는 휴식이 필요하겠지. 여기는 평안과 결실이 기다리는 집.
돌아와. 내 곁에 네가 없으면 안 되잖아.